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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와 보살

황보근영 2023. 10. 22. 17:52

이중섭은 그의 아내 마사또를 보살같이 그렸다. 귓불이 처진 큰 귀는 부처님같이 자애롭고, 풍성한 곱슬머리는 보관을 쓴 관세음보살처럼 보였다. 이중섭에게는 '최애(最愛, 가장 사랑하는)의 현처(賢妻)'이며 한없이 보고싶은 아내였으니 틀림없이 보살님으로 그렸을 것이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이중섭(1916~1956)은 일본인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山本方子·1921~2022)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내를 이렇게 불렀다. “나의 소중하고 소중한 최애(最愛)의 사람 남덕군”

[장욱진과 진진묘(眞眞妙) 보살]
장욱진 화백은 그 아내를 진짜로 보살로 그렸다. 이름하여 진진묘보살.
보살은 흔히 불교에서 여자평신도들을 부르는 말로 쓰이지만, 진짜 보살은 부처님을 따르며 부처가 되고자 노력하는 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은 석가모니불을 좌우로 협시하고,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은 아미타불을 협시하고 있다.

장욱진 회고록 전시회
장욱진의 세 번째 고백, '참으로 놀라운 아름다움[眞眞妙]'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의 첫 불교 관련 작품인 <진진묘>로 시작되는 세 번째 전시실에서는 장욱진의 불교적 세계관과 철학적 사유를 살펴본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진진묘'는 장욱진의 부인 이순경여사의 법명(法名)이다. 아내를 보살상으로 표현할 정도로 존중하고 가족을 귀하게 여겼던 장욱진은 하다못해 동물을 그려도 동물 가족을 그렸다. 가족도, 동물도 모두 소중한 인연(因緣)으로 함부로 대하는 법이 없었던 그의 마음가짐과 태도는 불교적 세계관에 기반한 것이다.
그와 불교와의 인연은 청년기부터 여러 에피소드가 언급되지만, 실제로 불교적 세계관이 반영된 작품이 등장한 것은 1970년 대 부터이다. 먹그림 역시 이 시기부터 그려지기 시작했다. 전시된 그의 먹그림들은 장욱진의 불교 인식과 태도가 딱히 종교적인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적어도 예술이라는 개념에서 '깨달음의 과정'이자 깨달음의 표현이었음을 말해준다. 나아가 그의 간결하고도 응축된 작품들이 서구 모더니즘의 추상에서 영향을 받았다기 보다 오히려 불교적 사상과 개념으로 추구된 '절제'와 '득도의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더욱 설득력 있음을 알게 한다. 특히 이 전시실에서는 60년만에 일본에서 돌아온 장욱진 최초의 가족도가 응급 보조처리를 마치고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으니 꼭 감상해 보기를 권한다.

진진묘眞眞妙 Seated Zinzinmyo 1973,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진진묘>(1970)를 제작하고 3년 후에제작한 또 다른 부인 초상화로, 이순경여사가 머물던 방에 걸려 있던 그림이다. 가족들은 1970년작과 구별하여'좌상 진진묘'라고 부른다. 선을 사용해 요체만 남긴듯 그렸는데, 보다 간략화 되어 한 획으로 각 부분을 표현했다. 선의 번지는 느낌과 밝은 황색 계열의 모노톤 화면 때문인지 은은한 빛이 서려 더욱 종교적 기운을 풍긴다. 장욱진에게 부인은 가장 사랑하는 배우자이자 가족의 일원일 뿐아니라, 여러 번에 걸쳐 불교의 보살로 표현할 만큼 존중하고 존경했던 것 같다.

<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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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상과 지물

보살이란 산스크리트어 '보디사트바(Bodhisattva)'를 음역한 '보리살타(菩提薩埵)'의 준말이다. 그 뜻은 일반적으로 ‘깨달음을 구해서 수도하는 중생’, ‘구도자’, ‘지혜를 가진 자’ 등으로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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